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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신종플루에 걸렸었..
by 할로우 at 23:24 역시 그랬군요... by John at 23:02 전진은 지난화 촬영을 .. by SilverRuin at 22:12 예에... by John at 21:11 동생분도 완치하시고 할.. by ㅁㄴㅇ at 16:17 그러길 바라야죠... by John at 15:48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by John at 15:48 아니, 뭐....힘내세요.. by Exceed Blue at 14:41 안좋은 일이 왜이리 겹.. by 츤키 at 13:33 네... by John at 12:35 |
오전부터 낮동안 Auto CAD작업을 하기는 했지만... 오늘은 무한도전 본방 사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 건 아직도 못봤습니다만...(...) 뭐, 오늘 내용은 지난주와 연개되지 않으니 크게 상관은 없죠. 제 여동생은 올해로 3수입니다. 작년 재수할 때 수능 시험을 앞두고 건강이 나빠져서 수능 시험도 못보고 결국
그렇게 해서 올해 11월 12일 수능을 앞두고 재수학원에 또 다시 1년동안 다니면서 공부를 했는데, 수능이 약 5일 앞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서...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신종플루에 걸렸답니다! 아이고...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정말 여러 가지로 막막한 기분이 듭니다. 동생도 걱정이지만 지금 우리 집에는 할머니가 계시거든요. 올해 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몇 달 전부터 우리 집에서 살고 계신데, 이러다가 할머니에게 전염되면 어떻게 될런지 걱정입니다. 뉴스들 보면 신종플루는 젊은이보다 노인이나 유아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하잖아요... 정말 여러가지로 고민스럽습니다. * 제 74화 : 아직은 만날 수 없는 이유. '루, 루이즈 녀석이... 여기까지 왔다니...? 설마... 날 찾으려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파우스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시간이 멈춰버린 것 처럼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지만, 그와는 무관하게 주변의 시간은 정상적으로 흘러갔다. 티파니아는 제법 놀란듯한 파우스트의 상태에 약간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엠마라는 소녀가 목격헀다는 상대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했던 것이다. "분홍색 머리카락에 다갈색 눈동자를 한 언니랑, 그리고... 일단은 망토로 몸을 가리고 있었지만 옷자락 사이로 허리에 찬 칼이 드러나보였던 언니도 있었다고 했어. 어깨까지 오는 붉은 단발에 붉은 눈동자를 했었다고 했지?" "응, 그랬어." 확인차 물어본 티파니아에게 엠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아녜스는 제 2의 인물에 대해서 대충 짐작이 가는 모양이었는지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렇다면 동행은 아마도 세실리인 모양이로군. 세실리는 라 발리에르 양을 알비온까지 데려오라는 여왕 폐하의 명령을 수행하도록 나에게 지시를 받은 총사대 대원이었으니 말이다." 아녜스의 말에 멈추었던 파우스트의 시간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아녜스가 한 말은 그냥 넘어갈 발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 잠깐잠깐. 그건 또 무슨 소리지? 그 여왕이 루이즈 녀석을 알비온으로 불렀었다고?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 "응? 그 반응은 뭔가?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금시초문이다!" "아, 그랬던가? 이상하군. 난 틀림없이 거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아녜스에게 파우스트는 지극히 짜증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윽박질렀다. "이야기를 하기는 무슨! 당신에 여기에 왔을 때 한 이야기라고는 기껏해야 귀찮은 임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거기에 대한 푸념섞인 넋두리였을 뿐이었던 주제에!" "...뭔가 듣기 거북한 표현이다만." "불만이라도 있다는 건가? 딱히 틀린 부분은 없는 것 같은데? 그보다, 루이즈 녀석이 왜 알비온으로 불려왔는지 어디 이야기나 좀 들어보기로 할까?" "거 참 성질 급하군. 뭐,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일전에 폐하께서 알비온의 호킨스 장군으로부터 네 녀석의 활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나나?" 잊을수만 있다면 완전히 잊어버리고 싶었던 기억 때문에 파우스트의 표정은 좀 더 험악해졌다. 이전처럼 '사악'해보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흥! 일단은 같은 편이라는 개자식들에게는 일생일대의 치욕스러운 굴욕을 당했건만... 정작 적으로 싸웠던 자의 손에 의해 구명되고야 말았다는, 웃겨 죽을 정도로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네가 그 당사자라면 잊을 수 있겠어?" "그야... 확실히 무리겠군. 뭐, 그건 그렇다 치고... 폐하께서 라 발리에르 양을 알비온으로 부른 것은 호킨스 장군의 말이 정말로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원정을 나갔던 장군들이 조직적으로 허위 사실을 보고했다는, 정말이라면 매우 중대한 이야기를 적장의 말만 듣고 판단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에 파우스트는 불만스러운 기색이 섞인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뭔가 순서가 거꾸로잖아? 전후 결과를 보고할 때 루이즈 녀석은 아무런 증언도 하지 않고서 발뻗고 있었다는 건가?" 애당초 파우스트는 전후 보고에서 있을, 앙리에타에게 전해질 루이즈의 증언을 통해 자신을 핍박했던 장군들이 쓸려나감과 함께 자신의 전공을 인정받음으로써 자신에 대한 평가가 공식적으로 상승되는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 알비온 7만 대군의 발을 묶고 거기에서 도주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죽이지 않았던 것 역시 그걸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파우스트 개인이 가급적이면 살인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점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랬었는데, 예상외로 자신에 대한 별 다른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녜스가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 내심 초조해하고 있었다. 아녜스로부터 이야기를 전달받은 뒤에야 자신이 예상했던대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대체 뭐가 어떻게 되었기에 이제서야 이야기가 진행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참에 거기에 대한 것을 아녜스에게 물었던 것이다. "자세한 사정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전후 결과 보고에서 라 발리에르 양은 발언을 하기는 커녕, 보고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뭐라고?" "뭐... 정확하게 말하면 그녀의 의지로 참가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회장 입구에서 되돌려 보내졌다고 하더군." "하아?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듣기로, 그녀는 도저히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한다. 지나칠 정도로 낙담한 나머지 도저히 살아있는 것 같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무기력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의 상태를 염려한 담당자가 그냥 학원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하더군." "그건 또 무슨 웃기지도 않는..." 루이즈가 그런 상태가 되었다는 말에 파우스트는 뭔가 불만스러운 기색으로 말하려다가... 문득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다물었다. 사실, 파우스트도 루이즈가 전사했다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한 자신의 실종에 대해서 적잖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비록 끝에가서 감정적으로 크게 충돌을 일으키긴 했지만 그래도 제법 가깝게 지냈던 사이이기도 했으며, 뭣보다 귀족으로서의 책임감이 강한 루이즈에게 있어 그녀 자신을 대신해서 사지로 가버렸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지 않을 리 없다는 것을 그 역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파우스트는 루이즈가 자신에게 가혹하게 대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거짓된 사실까지 유포했던 수뇌부들에게 보복하려고 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최후의 도박'을 감행했던 것이다. 그랬었는데... 루이즈의 상태가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으로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자 파우스트는 루이즈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다. 자신의 입지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루이즈를 이용하려고 한데다, 결과적으로 그녀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뭐,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파우스트가 자신의 입지를 완전히 반전시키기 위해 떠올렸던 계획 수립의 발단은 어떻게 해서든지 루이즈가 사지로 가는 것을 막고 보자는, 그 나름대로의 배려에 의한 것이었다. 실제로, 파우스트는 루이즈에게 수면제와 발열제를 동시에 먹여 도저히 출전할 수 없는 몸상태로 만든 뒤에야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바로 '최후의 도박'이었던 것이다. 요컨데... 루이즈를 이용하는 과정이 수반되는 최후의 도박은 일종의 부산물이었을 뿐, 본래는 일단 루이즈부터 살리고 보자는 것이 당시의 파우스트의 생각이었으므로... 지금 파우스트가 품고있는 죄책감 중 '그녀를 이용하려고 했다.'라는 부분은 조금 지나친 부분이 없지않아 있었다. 이런 부분이 그가 가진 약간의 상냥함에 해당하는 부분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그런 자신의 죄책감을 최대한으로 부정하려고 했다. 루이즈가 자신에게 했던, '그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발언'을 들었을 때의 기분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제길, 내가 왜 이런 기분이 들어야 하지? 웃기지 마! 난 딱히 잘못한 거 없다구! 오히려 잘못한 건 루이즈, 그 녀석이야! 그런 녀석에게라도 의지하고 싶어할 정도로 나 자신이 약해진 상황에서 그 따위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함으로써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았잖아... 잠깐, 아니, 아니지... 의지라니? 그건 또 무슨 웃기지도 않는 소리야?! 난 원래 누군가에게 의지한다거나 하지는 않아! 그 때는 뭐... 그냥 나 자신이 너무 힘들고 괴롭다 보니까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으니까... 그래, 이를테면 일종의 착란상태라고 봐야겠지? 으흠, 뭐... 어쨌든, 결론적으로 죄책감을 품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루이즈야! 암, 그렇고 말고! 내가 약한 생각을 할 이유는 전혀 없어. 잘못한 건 전부 다 저 녀석이니까! 저 녀석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상태로 정중하게 제대로 사과를 한다면 조금 재고해 볼 여지가 있을지는 몰라도... 결코 간단하게 넘어가지는 않을거라고.' ...이런 식으로, 파우스트는 약간은 억지스럽게 루이즈에 대한 자신의 적개심(...?)을 끌어올리려고 했다. 파우스트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파우스트는 그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두 가지의 감정'을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이런 식으로 약간의 억지 논리를 전개했던 것이다. 이 '두 가지의 감정'이란 우선은 방금 전 아녜스의 말로부터 기인했고 조금 전에 설명했던, 루이즈에게 너무 심하게 마음 고생을 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루이즈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부터 자신의 마음속에 생겨나기 시작했던 '어떤 감정'이 그것이었다. 그렇게 기껏 파우스트가 마음을 먹으려고 하고 있는 차에, 아녜스는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뭐, 짐작컨데... 라 발리에르 양이 그 정도로 낙담했던 건 아무래도 네 녀석의 실종과 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안 그런가? 아무래도 제법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한없이 전사에 가까워보이는 형태로 실종되었고, 그것도 본래는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을 대신 수행했던 거라면... 그 사실을 한 평생 가슴에 담아두고 신경쓸 수 밖에 없겠지. 아, 이런이런... 그렇게 생각하면 나도 너무 무신경했던 모양이로군. 네 녀석에 대한 소식이 없는 동안 라 발리에르 양은 제법 마음 고생이 심했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네 녀석을 찾은 직후 폐하에게 돌아가서 보고를 했어야 했어." "큭... 그 무슨...!" 아녜스는 어디까지나 일반론을 말했을 뿐이었지만, 파우스트의 입장에서는 정곡을 찌르는 격이었다. 그래서 아녜스의 말에 발끈한 파우스트는 뭐라고 따지려 하다가, 이내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다. 언제 루이즈가 이 곳으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곳에서 아녜스와 소모적인 말다툼을 벌이고 있을 틈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쳇, 지금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가... 어이, 당신." "뭔가?" "일단은 숨자고. 루이즈 녀석이 오기전에 말이야." "뭐?" 파우스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아녜스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네 녀석이 실종당한 충격으로 괴로워하다가 기껏 여기까지 널 찾으러 왔을 라 발리에르 양을 무시하겠다는 건가?" "그건..." 대답하려던 파우스트는 이곳으로 다가오는 인기척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느끼는 바람에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제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가..." 결국 파우스트는 오른손으로 아녜스의 손을 잡아끌고는 티파니아의 집 말고 근처의 다른 집으로 향했다. "지금 뭐하는 건가?" "서, 설명은 좀 있다가 할테니까 일단은 내 말대로 하자고! 난 아직은 루이즈 녀석을 만날 수 없으니까!" "어째서?" "그러니까 설명은 좀 있다가 한다고 했잖아!" 아녜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파우스트가 보기 드물게도 다급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므로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일단은 그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아녜스를 이끌고 집으로 향하면서 파우스트는 고개를 돌려 티파니아와 세 명의 소녀에게도 말했다. "티파니아, 그리고 너희들! 좀전에 이야기했던 2인조의 여성이 여기로 오면, 이 마을에 나랑 이 아줌마가 왔다는 이야기는 하지 마! 그냥 그런 사람 모른다고 하라고! 마을의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말하라고 해, 알겠어?" "으, 응..." "알았어, 오빠." "맡겨줘! 다른 애들에게도 전부 비밀로 하라고 말할게!" 티파니아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소녀들은 순순히 파우스트의 말에 따랐다. 티파니아는 곧 이곳으로 도착할 두 여인들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소녀들은 마을 안으로 뛰어들어가서 파우스트의 전달사항을 알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편, [퍽-!] "지금 누구보고 아줌마라는 건가?!" "크윽!" 파우스트는 아녜스에게 응분의 보복을 당하고 있었다. 아녜스는 파우스트가 자신을 '아줌마'라고 부른 것에 발끈한 나머지 파우스트의 뒷통수를 주먹으로 가격했던 것이다. 아녜스가 직접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상황까지 예상하지는 못했던 파우스트는 비틀거리면서 쓰러질 뻔 했다. 그러던 차에, 왠지 한동안 등장도 하지 않았기에 점점 잊혀져가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이, 파트너. 지금 뭘 그렇게 허둥거리고 있는거야?" 숲에서 멧돼지 한 마리를 잡아 어께에다 들쳐매고 다가오던 데르플링거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파우스트는 아녜스에게 맞아 비틀거리고 있는 거였지만, 데르플링거가 폭력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그가 허둥거리는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뭐, 사실 파우스트는 서둘러 숨을 생각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도 다소 허둥거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데르플링거를 본 파우스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런, 하마터면 네놈 때문에 들킬 뻔 했군. 너도 두말하지말고 얼른 이리로 와서... 아, 잠깐! 그 전에 티파니아의 집에서 내 백팩을 가지고 와! 그것 때문에 들키면 곤란하니까! 얼른! 지금 당장!"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 게다가, 들킨다니? 누구에게?" "시끄러! 닥치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하기나 해! 설명은 나중이다!" "아, 알았어..." 평소 이상으로 고압적으로 나오는 파우스트를 보면서 데르플링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면서도 그의 명령대로 따르려고 했다. "아, 가는김에 거실에 있는 내 가방도 가져와라." "엥?" 갑자기 아녜스도 자신의 가방을 가져오라고 데르플링거에게 시켰기 때문에 데르플링거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파우스트는 그냥 시키는대로 하라는 식으로 손짓했다. 그렇게 해서 데르플링거가 파우스트의 백팩과 아녜스의 가방을 챙겨 집으로 들어오자, 파우스트는 제빨리 문과 함께 모든 창문을 다 닫아버렸다. 집 내부는 1개의 거실과 2개의 방이 있는 구조로, 티파니아의 집과 비슷했다. "자, 그럼... 파트너, 왜 이렇게 서둘러 행동했는지 내게 말해줄 수 있겠어?" "간단하게 말하지. 아무래도 지금 루이즈 녀석이 저기 바깥에 있는 모양이다." "아니, 아가씨라고?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쉿! 소리내지 마! 들킬지도 모른다고! 일단은 창문이 없는 저 방으로 들어가자. 이야기는 좀 있다 하기로 하지." "알았어." "쳇,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도 많군." 파우스트의 입장이나 생각을 이해하고 있는 데르플링거는 순순히 그의 말에 따랐고, 아녜스는 여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뭔가 불만스러운 기색을 띄긴 했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은 뒤, 아녜스는 파우스트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이야기나 좀 들어보기로 할까?" 하지만 파우스트는 손을 들어 아네스를 제지하는 동작을 취했다. "뭔가? 설명한다고 하지 않았나?" "조금만 기다리라고. 일단은 밖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으니 말이야." 파우스트는 이 부락의 입구 지점에서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려고 했던 것이다. 만약 '영혼의 눈' 만이라면 대화같은 걸 파악할 수 없으므로 그닥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파우스트는 그간 나름대로의 연습을 통해 영혼의 시각 뿐만이 아니라 청각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게 된 상태였다. '이젠 영혼의 눈이 아니라 '영혼의 복합 감각기(Complex Sensories of Soul)'이라고 불러야 하려나...' 현실적으로는 아무래도 상관없을 기술의 명칭을 생각하면서 파우스트는 정신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영혼과의 교감을 통해 그 영혼에게 시각과 청각을 부여하고, 그것을 부락의 입구 주변에 설치하고는 자신과 그 감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영적인 링크를 개통하자, 그 것이 설치된 지점의 주변의 시야와 소리가 파우스트의 뇌리로 전달되었다. 마을을 뒤로하고 서서는 마을을 찾아온 상대를 맞이하고 있었고... 그 상대는 두 명의 여성이었다. 엠마라는 여자아이가 본 대로, 한 사람은 붉은 빛을 띄는 짧은 단발에 붉은 눈을 가진 여성이었다. 그녀는 직접 대화에 참가하고 있다기보다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는데, 유사시에는 금방이라도 허리에 찬 칼에 손을 댈 수 있을 것 같은 자세로 이따금씩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보다 앞에 서서 티파니아와 직접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여성은... 틀림없는 루이즈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풍성하고 치렁치렁한 핑크빛 머리칼과 다갈색 눈동자, 오똑한 콧날과 부드러워보이는 붉은 입술은 파우스트의 기억에 남아있는 루이즈의 이목구비와 비교했을 때 거의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니,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분명히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외형적으로야 그다지 달라진 부분이 없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제법 달라져 있었다. 그건 파우스트와 헤어진 뒤로 지금까지 그녀가 겪었을 온갖 감정의 잔재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뭔가 결연한 빛을 띄면서도 동시에 우수의 빛을 띄는 눈동자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었고, 입가 역시 이전에 비해 다소 내려가 있는 것에서 우울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안색 역시 제법 창백해져 있었다. 비록 파우스트는 소환 당시의 영향(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자세한 건 모르는 이유) 때문에 다른 사람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그녀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순 없었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봤던 루이즈의 얼굴과 비교하는 것 만으로도 그녀가 지금껏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고... 그녀의 마음 고생의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굳이 아녜스가 꼭 찔러서 말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정도는 충분히 알고도 남았을 것이다. 파우스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는 루이즈라는 사람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알고있는 인간 중 하나인 것이다. "■■, ■■■■■." "□, □□□□□. □ □□□□ □□ □□ □□□□□?" "■■... ■ ■■■■ ■■ ■ ■■■■■. ■■■■ ■■■■ ■■■■■?" "□□, □□□ □ □□ □□□□□ □□□□..." 지금 루이즈는 티파니아와 뭔가에 대해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티파니아의 목소리와, 오랜만에 들어보는 루이즈의 목소리가 그 장소 부근에 배치된 영혼으로부터 전달되어 파우스트의 머리속에서 울려지고 있었지만... 파우스트는 그 대화의 내용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분명히 두 사람 분의 음성을 감각하고는 있었으나,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사실만 인지할 수 있을 뿐 대화의 내용까지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전달 체계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파우스트가 제대로 수신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파우스트는 너무 동요한 나머지 머릿속으로 직접 전달되는 정보조차 받아들일 여유조차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마음 속에서 부풀어오르는 정도를 넘어 폭발할 듯 팽창하기 시작한 '두 가지 감정'들을 도저히 억누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 가지 감정 중 하나는 앞서 언급했던, 루이즈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이었다. 파우스트는 이것을 억지로 부정하려고 하면서도 자각은 하고 있었는데, 지금 막 루이즈의 표정을 보게되자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감정, 그러니까... 루이즈가 여기에 왔다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바로 들기 시작했으나 역시 마찬가지로 억지로 부정하면서 억누르고 있었던 이 감정은... 루이즈에 대한 '반가움'이었다. 비록 파우스트는 루이즈와 자주 감정적으로 충돌을 일으킨데다 헤어지기 전에는 그 정도가 매우 격하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이 세계로 온 뒤로, 아니, 그의 지금까지의 생애 동안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한 인간관계를 맺었던 상대라는 점에서는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도 오랜만에 루이즈의 얼굴을 직접 보게되자 파우스트의 그녀에 대한 반가운 기분은 도저히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도로 커져갔고, 지금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드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역시 파우스트는 자존심 때문이라도 이것을 순순히 인정할 수는 없었다. '...제길, 뭐야... 대체 뭐냐고? 왜 이제와서 동요하는 거냐고? 분명히... 결정했었잖아? 그 한심한 여왕 조차도 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전공을 세운 뒤, 그것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기양양한 태도로 루이즈 녀석에게 보여주기로 말이야! 나에게 네크로맨시를 버리라고 말했던... 나를 이해하는 것 처럼 말하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버리라고 말했던, 그 건방진 녀석에게... 가장 나다운 방법으로도 충분히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그 녀석의 생각이 완전히 틀려먹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것 만을 생각해왔었다고! 그렇게 해서 루이즈 녀석이 자신이 한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만든 다음, 녀석이 나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을 거만한 태도로 내려보는 방식으로 보복하기로 정했었잖아? 그런데, 그런데 지금와서 그 녀석의 얼굴을 본 정도가지고 이렇게나 마음이 동요하다니... 한심해... 정말로 한심하다고! 지금은 좀 더 강하게 나가야 할 때란 말이야! 이제와서 약해지지 말란 말이다, 파우스트!' 이렇듯, 파우스트가 무모한 행동을 했던 데에는 그 자신에 대한 대중의 평가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함도 있었지만, 그를 통해서 자신에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을 했던 루이즈의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임을 행동으로 인한 결과로써 증명하기 위함도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루이즈조차 자신의 네크로맨시에 부정적인 태도를 끝내 버리지 못했다는 점이 파우스트에게 있어서는 제법 신경쓰이는 일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파우스트는 그런 루이즈의 생각을 바꿔놓고 싶었다. 자신에게 네크로맨시를 버리고 다른 사람들과 동화하라는 루이즈에게, 파우스트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써 자신이 네크로맨시를 사용하면서도 충분히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것으로 루이즈의 생각이 어리숙하고 완전히 틀려먹었다는 것과 그녀가 파우스트에게 했던 말이 얼마나 용납할 수 없는 일인지를 그녀 스스로 뼈저리게 느끼도록 함으로써... 루이즈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파우스트는 아직 루이즈를 만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아직 대중의 인정을 받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가 행하려고 하는 증명 과정의 도중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파우스트는 루이즈에게 '완성된 증명'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아직은 미완성인 단계에서 루이즈를 만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책망하면서 자신의 충동적인 감정을 간신히 억누른 파우스트는 또 다시 충동이 일어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 중계를 위해 배치된 영혼으로부터의 시각적 정보의 전달을 중지시켰다. 대화의 내용만 들음으로써 대략적인 상황이나 알아보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파우스트가 이 집으로 숨어들어온 뒤 바깥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영혼을 배치하고 그것과 감각 링크를 연결하는 과정에 소요되었던 시간과, 루이즈의 얼굴을 본 그가 잔뜩 동요한 나머지 들려오는 대화의 내용조차 파악할 여유까지 상실해버렸던 조금 전까지의 시간 동안 중요한 대화는 이미 다 끝난 모양이었다. 대화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 근처에 다른 마을은 없나요?" "그게... 아마도 제법 시간이 걸릴 거에요. 많이 힘들고 피곤하실 것 같은데, 오늘은 우리 마을에서 쉬었다 가세요. 아, 아니... 원하시면 며칠 정도 머물러도 전혀 상관없어요!" "하루 정도라면 몰라도... 더 이상은 무리에요. 폐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언제까지나 쉬고만 있을 순 없으니까요." "폐, 폐라뇨... 저, 전혀 아니에요! 마을의 아이들도 좋아할 거고... 여기서 기다리다 보면 찾으시는 분에 대한 정보가 들어올지도 모른다구요." 루이즈의 목소리에서는 전체적으로 낙담한 기색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건 파우스트의 예상 범위였지만... 티파니아의 행동은 파우스트가 생각했던 것과 다소 달랐다. 목소리에서 안타까움과 약간의 죄악감까지 느껴지는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티파니아는 심정적으로 루이즈를 동정하게 된 모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루이즈가 찾고 있는 사람인 파우스트가 머물고 있는 이 마을에 그녀를 머무르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대략적인 사정을 알고 있는데다 루이즈에 대해서 동정심까지 품게 된 티파니아의 입장에서 루이즈가 이 마을을 떠나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일 수 밖에 없기는 했다. 뭐, 그래도 파우스트에게 '자신이 여기에 왔다는 것을 비밀로 해!'라고 부탁받은 것에 대한 의리는 지키고 있었다. 루이즈에게 파우스트가 이 마을에 숨어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티파니아 녀석, 루이즈가 여기에서 머물도록 부추기고 있잖아? 이거, 아무래도 루이즈 편을 들기로 한 모양인데... 이래가지고는 한동안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잖아! 게다가...' 일단 충동적인 감정을 억누르는데 성공한 파우스트의 입장에서는 루이즈가 다른 장소로 가는 편이 여러가지 의미로 나았다. 물론 파우스트라고 해서 루이즈가 계속 마음고생을 하는 걸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은 자신이 초기에 생각해뒀던 계획대로 되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대로 루이즈가 마을에 머물러 있다가는 기껏 억눌렀던 감정이 다시금 기폭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거 참... 이상한 곳에서 일이 꼬여버리네...' 티파니아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그녀가 가진 특유의 배려심 때문일 것이다. 파우스트 역시 그런 티파니아의 배려심 덕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으므로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감정적으로 극히 예민해진 상황에서 티파니아가 이러는 것을 보자 왠지 초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루이즈 본인이 다소 부담스러웠던 모양인지 티파니아의 제안을 거절하고 있었고, 그래서 파우스트도 내심 루이즈가 티파니아의 제안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으나... 그 때까지 잠자코 있던 사람이 끼어듦으로써 상황이 바뀌었다. "뭐, 좀 쉬었다가 움직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세실리씨?" "어차피 오래 걸릴 일이라면 조금 호흡을 늦춘다고 해서 안되는 건 아니니까요. 무슨 일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마음가짐이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 것도 곤란하겠죠. 이번 일도 처음부터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시작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의욕만 앞서서 행동하다가는 고생길이 훤할거에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잠시 머무르면서 본격적으로 찾을 준비를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봐요." "으음... 그도 그렇네요." 현실적인 여건을 지적하는 세실리의 말에 루이즈는 수긍했다. 이것으로, 루이즈와 세실리가 앞으로 최소한 2-3일 정도는 이 마을에 머물기로 결정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후우..." 파우스트는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면서 영혼과의 상호 링크를 완전히 해제했다. "어떻게 되었나?" 아녜스의 물음에 파우스트는 난감한 기색을 지우지 않으면서 간략하게 대답했다. "이 마을에 온 건 루이즈 본인과 당신 부하라는 세실리라는 여자가 맞는 모양이야. 아무래도 최소한 2-3일 정도는 여기에 머물다 갈 예정이라는군. 그 동안에 들키면 곤란하니까... 저 녀석들이 마을을 나가기 전까지 당신도 여기에서 나가지 마." "뭐라고?" 아녜스는 이 장소 바깥으로 나가지 말라는 파우스트의 말에 반발했다. "나까지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린가?" "말 그대로지. 루이즈 녀석에게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들키면 좀 곤란하거든." "뭐? 겨우 그것 때문에 최소 3일 동안이나 네놈과 함께 이 집안에서만 지내라는 건가?" "흥, 나라고 해서 딱히 당신과 함께 있고 싶지는 않거든?" "식사는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지?" "분명히 당신이 여기로 처음 왔을 때, '2주치의 보존 식량'을 가져왔다고 했었지? 그걸 먹어치우면 그만이지 남겨둬서 뭘 하겠어?"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자신의 거듭된 반박을 파우스트가 계속해서 무시하려 들자, 결국 아녜스는 정색하면서 말했다. "곤란한 건 네 녀석이지 내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네 녀석 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온 라 발리에르 양이 제법 안타깝고 애처롭게 여겨지고 있다. 그에 반해서, 난 어째서 네 녀석이 라 발리에르 양과 만나는 것을 피하려 드는 것인지조차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네 녀석에게 맞장구를 쳐줄 이유 따위가 있다고 보나?" 정색하면서도 밖에까지 들릴 정도의 큰 목소리로 소리치지 않았던 것은 아녜스 나름대로의 배려였다. 하지만, 이 말에 대한 파우스트의 대답 여하에 따라 그녀는 파우스트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도 기꺼이 할 것이라는 여지를 남겼다. 이쯤되자 파우스트도 어느 정도 선에서 설명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것을 느꼈다. 그닥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루이즈 녀석이 여기까지 온 거야 뭐... 그 녀석 나름대로의 사정이야 있겠지. 하지만,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야. 내게도 나 나름대로의 사정이라는게 있고, 나에게 있어서는 그게 더 중요하다고." "네 녀석 나름의 사정이라... 어떤거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기억이기 때문에 간단하게만 말하지. 루이즈 녀석은... 지금까지의 내 생애에 있어서 가장 비참하다고 할 수 있는 괴로움과 좌절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지? 그녀가 어떻게?" "뭐, 대충 비유하자면 이런거지. 내가 천길 낭떠러지로 향하는 벼랑의 끝의 아슬아슬한 지점에까지 몰렸던 상황에서, 그 녀석은 나에게 다가와서는 도움을 줄 것처럼 손을 뻗더니... 그 손으로 나를 낭떠러지 아래로 떠밀어 버렸다는 정도랄까." "..." 잠시동안 파우스트의 말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보던 아녜스는 그녀 나름대로의 생각을 말했다. "잠깐, 그 이야기... 실은, 라 발리에르 양은 정말로 네 녀석을 도와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겠나?" "흥, 그 녀석의 의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어쨌든 내가 그 녀석의 행동 때문에 미쳐버리기 직전까지 갔던 건 변하지 않아. 뭐, 좋게 봐줘서 실은 그 녀석의 행동이 나를 걱정했던 마음의 발로라고 해도... 내가 가진 능력과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관을 완벽하게 부정당하는 시점에서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는 거라고. 그딴 방식의 반쪽짜리 배려는 안하니만 못한 법이지." 파우스트의 이야기에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이 거의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녜스는 대충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이 내린 결론으로 인해 약간의 쓴웃음을 지으면서, 아녜스는 파우스트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네 녀석은 라 발리에르 양을 순순히 용서할 생각이 없다는 건가?" "그야 물론이지! 난 루이즈 녀석이 내게 한 말이 얼마나 지나치고 터무니없는 어리석은 소리인지를 그 녀석 스스로가 인정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뒤늦게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 내 앞에서 무릎꿇고 빈다고 해도 용서해줄까 말까 한 상황인데, 이 시점에서 무슨 용서를 한다는 거야? 웃기지 말라고 해! 그런 건 내 자존심이 허락치 않아!" 그렇게 파우스트는 감정적인 어투로 말하기는 했지만, 그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파우스트는 게슴츠레한 눈길로 아녜스를 바라보더니, 확인이라도 하듯 물었다. "이 정도면 설명이 되었다고 해도 되겠어?" "뭐... 일단은 그렇다고 해 두지." "뭐야 그 어정쩡한 태도는?" 약간은 떨떠름한 아녜스의 반응에 파우스트는 불만스럽다는 듯 입술을 실룩거렸으나, 이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난 그냥 잠이나 잘테니까, 루이즈 녀석에게 들키지나 말라고. 알겠어?" 그렇게 중얼거린 뒤 파우스트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닫아버렸다. 남겨진 아녜스는 데르플링거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파우스트의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이다. "어이." "응?" "네 녀석은 저 녀석의 이 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파트너의 아가씨에 대한 태도 말이야?" "그래. 난 저 녀석과 라 발리에르 양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지금 저 녀석의 반응을 보니까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저 녀석은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겠지만, 실은 라 발리에르 양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친근감과 신뢰,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겠지. 하지만 아무래도 라 발리에르 양은 저 녀석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의 생각을 품고 있었고, 그게 하필이면 최악의 순간에 엇갈려 대립해버리는 바람에 제법 큰 상처를 입은 모양이로군. 뭐, 하지만 이야기하는 걸 보면 저 녀석은 거기에 대해서 화를 내고 있다기 보다는 차라리 라 발리에르 양의 생각을 바꾸고 싶어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그걸 감안했을 때, 지금 저 녀석의 저런 태도는... 라 발리에르양에게 품은 서운한 감정 때문에 억지를 부리면서도 정식으로 사과를 받아 관계를 회복시키고 싶어하지만, 아무래도 자존심 때문에 그걸 쉽사리 인정하지는 못하는 것 같군. 네 생각은 어떤가?" 데르플링거는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크크큭... 그걸 파악하다니, 댁도 제법 안목이 있는 모양이로구만. 뭐, 그래. 아마도 그 말이 맞을거야." "난 그저 적당히 말해본 것일 뿐이었다만..." "뭐, 어쨌든 파트너랑 아가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주욱 지켜보고 있던 나와 거의 같은 생각인 모양이로군." "흐음...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건가? 이걸 그냥 이대로 보고 있어야 할까?" 아무래도 아녜스 역시 이런 두 사람의 관계에 제법 아녜스의 물음에 데르플링거는 살짝 한숨을 쉬면서 중얼거렸다. "기본적으로 이건 파트너와 아가씨 두 사람 간의 문제라고. 물론 신경이 안 쓰일수야 없는 노릇이지만... 일단은 지켜봐 줄 수 밖에 없는 일이지. 나름대로 '밑밥'을 뿌려둔 것도 있고 말이야." "밑밥이라니?" "그런게 있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두 사람이 만난 뒤에야 발동할거야. 저렇게 파트너가 고집을 부리고 있는 상황으로 봐서는 만나는 것 조차 간단할 것 같지는 않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요컨데 시간 문제라는 거야." "흐음..." 이런 식으로... 지금은 파우스트가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그가 생각하는 '준비'가 다 끝나기 전까지는 일부로 루이즈를 만나지 않고 피하려고 들며, 다른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서 딱히 손을 쓰려고는 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으나... 이런 상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바로 당일 이른 밤,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난입으로 인해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었기 때문이었다. 과제 제출을 위해 고려대학교 포탈에 들어갔는데, 첫 화면에 이런게 보였습니다.
![]() 눈에 띄길래 클릭해서 어떤 내용인지 살펴봤습니다. ![]() 왜 장소에 신경을 썼냐구요? 으음... 솔직히 이 글에서 장소를 확인하기 바로 전까지 저는 제법 기겁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을 다니시거나, 다니셨던 분이라면 대충 저와 비슷한 기분이 드셨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사실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의 대표적인 실험실들이 위치한 건물은 '제2공학관'입니다. 이 장소에서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의 거의 모든 실험 수업이 실시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근데 문제가 뭐냐면... . . . . . . . . . . . . . . . . . . . . ...제2공학관은 공과대 캠퍼스의 건물들 중에서 가장 낡고 후졌습니다! 가뜩이나 이공계 캠퍼스는 본관 캠퍼스에 비해서 건물들이 후진 편입니다. 본관 건물은 사실상 학생회관 하나를 제외하면 전부 고풍스러워 보이는 외장공사가 되어있기 때문에 건물들이 제법 멋지죠. 실제로 뉴스 영상에 고대가 나오는 일이 있다면 항상 본관쪽 건물만 보여줍니다. 거기에 비해 이공계 캠퍼스는 일부 새로 지은 건물들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안습해 보이는데... 그 안습함의 선두주자가 바로 이 제2공학관인 것이죠. 원래 일제시대때 초등학교 건물로 지어졌던 것으로, 당시에는 독일 출신의 건축기사가 설계를 했던 최신식 건물이라는 찬란헀던 과거사(?)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지금와서 보면 흉물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네. 그렇다구요. 정말로 오래 된 초등학교 건물 수준입니다! 건물 전면부를 시커먼 유리로 가리려고 시도를 하긴 했는데, 그 유리 너머로 에어컨 방열기가 건물 전체에 마치 기생이라도 하듯 달라붙어있는 꼬락서니가 드냥 다 보이는, 겉으로만 봐도 이 건물 정말 후졌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물입니다. 내부는요? 후우... 한숨만 나옵니다. 싸굴틱한 페인트 칠 일색에 낡고 닳은 복도와 계단, 그리고 청소를 하기는 하는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늘 먼지로 가득 차있는 장소입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재건축조차 시도되지 않았던 이유가 뭐냐하면... 제2공학관 내부에는 고가의 실험장비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무리하게 옮기다가 손상이라도 나면 그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황당하다면 황당한 이유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제2공학관이 공과대학 캠퍼스에서 실험 수업에 있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의 실험 장면을 촬영하고 싶다면 어쨌든 그 장소가 제2공학관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기는 한데... 아무래도 학교측에서 '학교의 이미지'를 고려한 모양입니다. 후줄근하다못해 열악하다는 말이 나오는 제2공학관에서 촬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증거죠. 그럼, 왜 촬영장소가 생명과학관 서관이 되었을 것 같냐구요? . . . . . . . . . . . . . . . . . . 그야 뻔하죠! 생명과학관 서관은 2002년에 리모델링을 했으니까요! 뭐, 직접 학교를 다니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촬영장소가 제2공학관이 아니라 생명과학관 서관이 된 이유는 이렇게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군요. 아마 이게 맞을겁니다. 달리 이유가 없거든요. 뭐... 어쨌든, 저 글을 보니까 조금은 씁쓸한 웃음이 나오네요. 방송에는 어떻게 나올런지 궁금합니다. 시간상 제가 생방송을 보지는 못하겠습니다만.(...) ![]() |